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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십자가에 매달리는 베드로, 230*175cm, 1600년경, 로마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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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17년 02월 28일 11시 54분 26초

카라바조, 십자가에 매달리는 베드로, 230*175cm, 1600년경, 로마


주님 제자 중 가장 격정적인 베드로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는 주님의 말씀에 다른 제자들 다 그래도 나는 그러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베드로에게 주님은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막 14:30). 다른 제자들이 모두 도망간 상황에서도 베드로는 주님이 죽음의 판결을 받는 재판정까지는 따라갔으나, 예수 제자라는 하인의 추궁에 손사래를 치면서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한다. 그리고는 끝내 통곡하고 만다. 이 말씀이 2천년의 시공을 넘어 오늘 우리의 영혼을 울리는 것은 삶의 순간순간 우리도 베드로와 똑같은 실존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 베드로가 지금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리고 있다. 커다란 대못이 사선으로 비켜서 베드로의 손과 발을 이미 꿰뚫고 있다. 형언할 수 없는 아픔에 손을 오그릴 수밖에 없다. 주님을 따라 십자가형에 처해지는 베드로의 노구에 하늘의 빛이 환하게 부서지고 있다. 당시에도 극혐 직업이었을 십자가 매다는 세 명의 인부들이 이마에는 주름을 잔뜩 세우고, 팔뚝과 정강이에 힘줄이 돋을 정도로 힘겹게 베드로를 들어 올리고 있다. 낑낑거리는 인부들의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다. 주름살과 지저분한 손발로 노동과 빈곤을 지닌 카라바조 특유의 인물들 역시 인상적이다. 이제 곧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허공 속으로 들어 올려질 베드로는 담담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고 이렇게 십자가로 내몬 주님을 원망하지도 않으며, 제발 살려달라고 아니면 빨리 죽여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발버둥치지도 않는다. 극단적 역사의 불의와 모순이 베드로의 연약하고 늙은 몸으로 사정없이 파고 들어오건만 노 제자는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베드로는 마지막 고개를 들어 화면 밖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도대체 그는 뭐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그 눈길이 우리의 영혼을 자꾸만 끌어 댕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