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 하나 됨을 위하여, 1989년, 현대미술관
민주와 인권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을 때, 그 바탕에 더욱 근원적인 문제는 분단임을 직시하고 목숨을 걸어 분단의 장벽을 넘은 예언자가 있었다. 문익환 목사님이다. 올해가 문익환, 장준하, 서남동 목사님 등 한국 현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신 세분이 탄생한지 100주년을 맞는 해다. 기장 교단과 시민 사회가 이 분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익환 목사님은 분단의 장벽을 넘은 일로 온갖 비난과 옥고를 치러야했지만, 우리나라 대표적 구약학자로서 아마 이 부분 에스겔의 환상을 한반도 현실에서 직접 예언의 몸짓으로 선언하신 것 같다. 분단의 장벽을 넘는 문익환 목사님, 제목은 ‘하나 됨을 위하여’! 한반도 허리에 철조망이 둘러있고 혹시라도 그 위로 넘어갈까봐 분단 세력은 위 부분을 가시로 더욱 어렵게 엮어 놓았다. 화가의 시점은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본다. 앞쪽에 진달래가 있으니 거기가 북이다. 그러면 문 목사님은 지금 북쪽으로 휴전선을 넘어가는 순간이다. 틈새 없는 철조망은 잔인하고 먼 산과 붉은 진달래와 잡초는 무심하기만 하다. 하얀 한복에 고무신 신고 시원한 이마를 지닌 문 목사님은 오랜 세월 남북의 민중을 꽁꽁 묶어 놓은 철조망을 아주 쉽게 넘어서고 있다, 뭐 이런 게 대수냐 하면서…. 주먹 쥔 양 손은 강렬하고 단단한 그의 의지다. 철조망을 넘어가는 동작이 마치 80년대 대학가에 유행하던 4박자 춤을 연상시킨다. 이후 그를 기다리는 것은 고난임에도 그 길을 가는 예언자의 자세는 춤이다. 신명나는 해방 춤이다. 그게 그리스도의 길이었고 예언자의 길이었고 오늘 우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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