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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자크, 목자와 양들, 1880년 264×209cm, 미국 크라이슬러미술관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만 같다. 늦가을이거나 초 봄 쯤으로 비를 맞으면 추위가 온 몸에 엄습해올 것이다. 들판에 나갔던 양떼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목자와 양이 돌아갈 곳은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일 거다. 먼 길을 달려온 양들은 지쳐 있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목자를 돕는 개도 지치고 힘들다. 꼬리를 내려트리고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모습이 좀 심란해 보인다. 양에게 꼴을 먹이고 안전하게 귀가해야 하는 목자는 낭만적이지 않다. 얼굴과 목은 노동으로 단련되었고, 가방은 오래 사용하여 앞부분이 닳아 터져 있다. 목양에 대한 의지나 책임감과는 별도로 그 일 자체가 만만치 않다. 맹수로부터 양을 지키는 것도, 갑자기 벌판에서 험한 날씨를 맞는 것도, 순해 보이지만 결코 순순하지만은 않은 양들을 무사히 인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목자가 있기에 양들의 안전은 최대화된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선한 목자라는 사실은 그 분이 손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교양 있는 삶으로 이룩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자신이 배신-체포-심문-조롱-고문-누명-그리고 십자가 처형이라는 처절한 고난을 통과한 후 부활하신 결과다. 주님의 산뜻한 목자 이미지 속에는 끔찍한 아픔과 상처가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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