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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겔,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비유, 1568년, 86*154cm,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 인도자가 구덩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뒤로 벌렁 넘어지자 뒤따르던 맹인도 넘어지면서 깜짝 놀라 얼굴을 돌린다. 그는 아예 안구가 없다. 그 뒤 네 명은 곧 자신도 넘어질 것을 알지 못하기에 얼굴에는 무지의 천진함이 있다. 그래서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그들의 궁색한 차림새가 삶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은 영민할 수 없으며 삶 자체가 곤궁하다. 교회는 낭패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시대의 인도자다. 인도자는 늘 깨어있어야 하고 앞을 내다보는 전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화가는 사람들이 넘어지는 현장의 뒤편에 교회를 그려 넣었다. 소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농부는 이들에게는 관심 없이 오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환난의 시대를 살피지 않고 문이 닫혀 있다. 교회여(그리스도인이여) 너희는 현실에 눈 감고 뭐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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