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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 그리스도의 탄생, 128*96cm,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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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18년 12월 24일 18시 09분 24초





폴 고갱, 그리스도의 탄생, 128*96cm,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고흐가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 그래서 다툼 중에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던 사건으로도 유명한 폴 고갱(1848~1903년)은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서 인간의 근원과 비 문명화된 원시성을 그림으로써 구원을 갈망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의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이야말로 어색하고 비현실적인 것이거늘, 우리는 이미 성모자를 정통 백인으로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2천 년 전 유대 땅에서 발생한 메시아의 탄생은 오늘 우리의 구체적 일상과는 거리가 먼 사건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비 일상성에서 오는 신비를 획득하고 있는 것 같다. ...

고갱은 막연한 당연성을 깨트리고 과감하게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타히티 사람으로 묘사했다. 방금 아기를 출산한 산모는 기진맥진하여 잠이 들었다. 목숨 걸고 힘겹게 아이를 낳고도 거룩함과 고귀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여느 그림과는 다르지만 훨씬 현실적이다. 강인한 산모의 모습과 위‧아랫입술의 색깔이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산고의 과정에서 윗입술의 립스틱이 지워지고 고통의 색으로 변한 것일까.

말끔한 아기도 유모의 팔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다. 출산의 격렬한 과정이 지나고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은 고요의 시간이다. 유모도 아기를 안고는 있지만 눈길은 아기에게가 아니라 밖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그 옆에서 머리에 하얀 꽃을 꽂은 남자는 다소곳하게 서서 대기 중이다. 출산의 현장을 지킨 천사일까.

번듯하고 아늑한 공간이 아니라 소와 말과 개가 함께 머물러 있는 곳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의 탄생 현장이다.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다.

모든 것이 정지된 시간, 세상에 새 생명을 내보내는 산모나 모진 세상에 목숨 걸고 나오는 아기나 격동의 시기를 지나 잠으로 숨을 고른다. 지극히 일상적이다. 메시아가 탄생하는 자리는 특별하거나 신비에 싸여 있기보다는 우리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삶의 현장이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에 우리와 구별되는 후광(아우라/Aura)이 명백하게 둘려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거룩하다. 이 세상 모든 새 생명은 신비하고 존귀하다. 성모와 아기 예수 그리스도가 거룩하듯이, 오늘 그와 같은 전철을 통해 생명을 창조하고 세상에 첫발을 딛는 모든 인간이 거룩하다. 성탄은 그리스도의 탄생이 거룩하다는 것이며, 동시에 우리의 모든 존재가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다는 선언이라고, 고갱은 첨단 문명 세계에서 태초의 창조성을 상실해가는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