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 그가 12살의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당대의 대학자들과 토론하는 모습을 그렸다. 뒤러는 이 작품을 이탈리아 베니스를 방문했을 때 닷새 만에 그렸다고 한다.
여성스러운 금발의 열두 살 소년 예수님이 부모와 떨어져 혼자 성전에 남았다. 요셉과 마리아는 하룻길을 모른 채 가다가 아이의 부재 사실을 알고는 길을 되짚어 달려와서 사흘 만에야 겨우 아들을 찾았다. 그리 넓지 않은 도성 예루살렘에서 사흘 동안이나 찾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성전에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한 마음과 지친 몸으로 혹시나 해서 들여다본 성전 안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직 소년인 아들 예수가 당대의 쟁쟁한 율법학자들과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예수를 중심으로 양편에 세 명의 학자들이 대칭으로 마주하고 있다. 왼쪽 맨 뒤 인물은 놀란 눈으로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오른쪽 맨 뒤 사람은 뭔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예수를 비켜 바라보고 있다.
왼쪽 두 번째와 오른쪽 맨 아래 인물은 서로 책을 펴 가면서 논쟁을 하고 있다. 모두 같은 성경을 근거로 삼는데 주장은 다른가보다.
왼쪽 세 번째, 머리에 베레모를 쓴 인물은 들고 있던 책을 덮었다. 더 이상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이제는 눈을 들어 예수를 정중히 직시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두꺼운 책의 갈피에 꽂은 종이에 화가는 자신의 서명을 남겼다, 알브레히트 뒤러 1506년! 화가는 아마도 이 인물의 태도에 자기를 일치시킨 것 같다.
그림의 초점은 아무래도 예수의 손동작이다. 오른손 검지로 왼손 엄지를 가리키고 있다. ‘내가 바로 하나님이다!’라는 뜻일까? 이러한 예수의 손동작을 기괴하게 생긴 노인이 자기 손으로 저지하는 것 같다. 그의 눈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먼 허공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아 장님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는 새 시대를 볼 수 없는 유대교를 상징할 것이다.
그의 손은 예수의 손에 비해 굉장히 크고 하얗고 우악스럽다. 그 손으로 예수의 손동작을 저지하려하나 효과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제 율법으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시도는 종착점에 이른 것이다. 더 이상 메시아의 자기 현현을 막아낼 수가 없다. 새로운 메시아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게 나-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