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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글을 쓰고 있는 성 제롬, 1606년, 112*157cm, 로마 보르게스 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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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4월 06일 19시 35분 13초

카라바조, 글을 쓰고 있는 성 제롬, 1606년, 112*157cm, 로마 보르게스 미술관


보르게스 추기경은 카라바조의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그는 여러 작품을 카라바조에게 의뢰했고 폭력과 살인 등 사고뭉치인 카라바조를 보호하고 도와주었다. 당시 교황이 그의 조카였기에 막대한 권력과 부의 소유자인 그의 저택은 후에 정부가 사들여 미술관으로 변형하여 공개하였고, 이곳에는 카라바조 작품과 로마의 위대한 조각가요 건축가인 베르니니의 작품들을 주로 소장하고 있다.

예약하여 한번에 300명씩 두 시간 동안만 관람할 수 있고, 가보니 이미 4월 중순까지의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동안 설교를 통해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는 그의 생애 최후의 걸작 ‘골리앗의 목을 들고 있는 다윗’도 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보았을 때, 내 눈길을 강하게 끌어당긴 것은 이 작품 ‘글을 쓰고 있는 성 제롬’이었다. 지금까지도 가장 권위 있는 라틴어 번역 성경으로 여겨지는 것이 불가타역 성경인데 이를 번역한 인물이 성 제롬(히에로니무스)이다. 그는 383년~405년까지 20여 년 동안 성경 번역에 몰두했다. 조명, 책, 사전, 자료 등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1600여 년 전에 그는 하나님 말씀을 번역하는데 온 삶을 모았다.

카라바조 특유의 빛과 어둠의 대조가 너무 강렬하여 한 눈에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제롬은 하나님 말씀 앞에서 한 글자라도 오역하지 않기 위해 온 몸의 신경을 모은다. 빛이 비쳐오는 쪽으로 책을 기울여 최대한 밝게 하고, 한손에는 펜을 그리고 다른 손의 집게손가락은 기억해야 할 페이지에 집어넣어 비교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거의 벗겨진 머리에는 빛이 반사하고 허연 수염과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노쇠한 그의 나이를 말해준다. 하루 종일 이어진 작업으로 피곤하여 얼굴이 상기되고 눈은 침침하여 잘 볼 수 없지만, 그럴수록 눈을 부릅뜨고 작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미간을 잔뜩 찌푸려 힘을 주고 있다, 그럴수록 이마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깡마른 노인의 체구는 이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육체를 지닌 듯하다. 마치 더 이상의 육체는 탐욕과 유혹에 시달리게 할 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내가 해석하는 것 이전에 주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그 것이 무엇인지를 최대한 완벽하게 옮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 말씀을 내가 실행 할 수 있고 없고는 그 다음 문제다. 그는 지금 오직 말씀을 향해 삶의 불꽃을 모아내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열심히 작업하는 책 위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해골이 놓여 있다. 해골의 이마는 빛에 노출되어 반짝이기까지 한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영생과 구원을 판가름할 시간이 가까이 와 있다. 그것은 비단 제롬 뿐 아니라 이 그림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우리 모두는 죽음과 멀리 있지 않으며 구원의 심판에 걸리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