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29. 주보 그림>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렘브란트가 만든 동판화 ‘세 개의 십자가’를 옥외 현수막으로 내걸었다. 바로 오늘 본문의 장면을 하나의 화면에 잡아낸 것이다.
너무 끔찍해서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십자가 처형의 현장인 골고다(해골) 언덕 위에 하늘에서부터 빛이 쏟아져내려온다. 빛은 하나님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못 박힌 발에 머리를 대고 막달라 마리아가 울고 있다.
그 아래 오른쪽으로는 예수님을 사랑했던 제자들이 충격과 안타까움으로 어쩔 줄 모르면서 머리를 감싸 쥐기도 하고 차마 볼 수가 없어 눈을 가리기도 한다. 아들을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어머니 마리아는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여 옆으로 쓰러지고 만다.
십자가 왼편에는 주님을 못 박은 로마의 군인들이 무장을 한 채 말을 타고 있다. 이들은 지금 자신들이 인류 역사에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다. 그 중의 한 사람, 로마의 백부장은 이 살육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무릎을 꿇고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다 :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눅 23:47).
왼쪽 아래 어두운 무리들도 차마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주님을 볼 수 없어 얼굴을 돌리고 오열한다.
바리새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제 목적을 성취했으니 더 이상 머물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 걸음을 재촉하여 자신들이 만든 죄악의 현장을 벗어나고 있다.
세 개의 십자가, 쏟아지는 하늘의 빛 속에 놓인 세 개의 십자가는 인류 역사를 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세상 죄를 지고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신 메시아, 그리고 구원의 이편과 저편으로 영원히 나뉘는 인생의 두 표상들이다.
한 사람은 온 몸으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하늘을 향해 냅다 삿대질을 할 것만 같다. 그는 이렇게 주님을 향해 소리친다.
달린 행악자 중 하나는 비방하여 이르되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눅 23:39)
그런데 반대편, 약간은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늘어져 죽어가는 한 사람은 동료였던 이를 꾸짖는다.
하나는 그 사람을 꾸짖어 이르되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눅 23:40~41)
여기서 그들의 운명이 영원히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