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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작자 미상, 이름 없는 묘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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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0년 05월 16일 18시 37분 14초

<2020.5.17. 주보 그림>

작자 미상, 이름 없는 묘

이름을 모르거나 이름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고 슬픈 일이다. 깊어가는 가을, 산속의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있다. 떨어진 시차에 따라 죽음의 기운이 덜한 것도 있고 더 진한 것들도 있다. 한 때 이 나뭇잎들도 푸른 창공의 높은 나무에 매달려 하늘과 햇빛과 바람을 만지고 새들의 노래를 들었으리라. 그러나 때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을 때 죽음의 기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 쓸쓸한 풍경에 정점을 찍는 것은 나뭇잎들 사이에 놓인 비석이다. 누군가의 시신이 여기에 묻혀있다는 표시다. 아 그런데 이름이 없다. 이름 없는 사람이 묻힌 것이 아니라 묻힌 사람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도 없고 제대로 누군가의 방문을 받을 수도 없다. 아프고 외롭다.

그러나 역사는 사실 자기 이름을 남기려는 의도 없이 진리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헌신을 통해서 성숙한다. 국립묘지마다 있는 무명용사들의 무덤이나 망월동의 이름 없는 희생자분들의 묘나, 지금도 끝없이 자기 이름을 부인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따르려는 사람들의 희생 위에 역사의 희망은 건축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