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령강림열번째주일
<2020.8.2. 주보 그림> 하늘과 땅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갖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마치 고칠 수 없는 문둥병을 안고 살아온 이 환자처럼 말이다. 그는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끝 모를 지경까지 몰고 가는 이 질병의 이유도 치유 방법도 모른다. 피부가 벗겨지고 썩어갈수록 그의 영혼도 같이 문드러졌다. 전염성 때문에 평생 가족과 친지로부터도 격리된 채 죄인으로 살아야 했다. 육체적‧정신적 죽음에서 사회적 죽음으로까지 번진 삶이었다.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다, 이 인생은!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에 한 가닥 희망을 묻고는 예수님을 찾아왔다. 눈가와 입가에는 문둥병의 상처가 다른 색깔로 드러나고, 상태가 더 심하여 흉한 이마와 입은 천으로 둘러버렸다. 주님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이 문둥병자를 끌어안는다. 주님이 그를 받아들임이 단지 제스처가 아님을 주님의 손이 말해주고 있다. 왼손은 등을, 오른손은 얼굴을 잡고 자기 얼굴로 끌어당긴다. 행여나 이 사람이 뒤로 몸을 뺄까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결코 놓아주지 않을 기세다. 그 아픔을 온 몸으로 전달받으려는 듯 주님은 모두가 회피하는 인생을 꼬옥 끌어안는다. 짓무르고 냄새나고 옮길지도 모르는 문둥병에 입을 맞춘다. 곪아 썩어가는 내 삶을 주님만은 안아주실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기적의 필요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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