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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영화 ‘축제’ 중 어머니의 손사래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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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1년 05월 10일 22시 14분 51초

<2021.5.9. 주보 그림>

영화 ‘축제’ 중 어머니의 손사래

1996년에 발표한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임권택 감독이 그해 바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 개봉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여 장례를 치르면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친척‧이웃 사이에 얽히고설킨 감정들을 깊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낸 수작이다. 작자의 초점은 한 인간의 삶이 늙어가고 죽는다는 것은 그 후대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에 모아져 있다. 큰 틀에서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생명(나이)과 지혜를 나누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자식에게 생명과 지혜를 나누어줌으로써 본인 부모는 점점 쪼그라들어 어린 아기처럼 작아지다가 마침내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의 생명과 지혜를 받아먹으면서 아니면 빨아먹으면서 자라나고 성인이 된다. 이처럼 가장 보람되고 슬픈 현실을 부모와 자식이 다같이 절감하고 공유하면서 살아간다면 웬만한 어려움과 서운함은 들어설 자리가 없으며 감사와 존중만 남지 않을까.

이 영화의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영화 후반부에 인상적인 한 장면이 있다. 어머니 상을 치르면서 딸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는 말이다. 오래 전에 자기 남편이 술 먹고 바람피우고 하도 속을 썩이니까 버르장머리 고치기 위해 짐 싸들고 친정으로 갔는데 어머니가 마루에도 앉지 못하게 하고 그 길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 오라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한 그 손사래 치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머니의 손사래는 무엇일까, 안타까운 딸을 위로해 줄 테니 다시 내 품으로 오라는 것일까, 아무리 속상해도 내가 너를 받아주면 더 행복해지지 않으니 어서 돌아가라는 것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과 자식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자식이 어렸을 때는 당연히 부모의 사랑이 자식에게로 흘러야 하고 자식이 장성하고 그만큼 부모는 나이와 지혜를 자식에게 나누어주느라고 작아졌을 때는 자식의 사랑을 받고 싶다. 그러나 그 마음이 앞서지 않고, 늘 자식에게 사랑을 주려고 하는 관성을 평생 지니고 사는 것이 부모다. 부모님 뵈러 간다고 하면 힘든데 뭐 하러 오느냐고 손사래를 친다. 맛있는 것이나 옷 사드린다고 하면 괜찮다고 큰소리를 치신다. 여행이라도 보내드리려 하면 안 간다고 예약하지 말라고 하신다. 용돈 드린다고 하면 돈 있다고 한사코 안 받으신다. 그렇다고 이런 일에만 부모님께 순종 잘하는 자식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어머니의 손사래가 가라는 것인지 오라는 것인지 평생 헷갈리듯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말은 하지 말라는 것과 함께 하라는 것도 같이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효도는 묻지 말고 그냥 실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