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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6 야곱의 고독한 투쟁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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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1년 09월 26일 19시 48분 43초

<2021.9.26. 주보 그림>

야곱의 고독한 투쟁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조상이며 12지파의 아버지요 유전적 기질을 형성한 이는 야곱이다. 야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는 장면이다. 

아버지 이삭을 속이면서까지 장자권과 축복권을 형 에서에게서 빼앗고 멀리 도주했던 야곱이 성공한 인물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가벼운 흥분과 기대로 충만해야 하건만 야곱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진퇴양난의 길에서 그의 코앞에 닥친 운명은 분노에 찬 에서의 복수였다. 실제로 에서는 장정 4백 명을 무장시켜 야곱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태세 전환의 비책이 없다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모든 것의 파멸이다. 재산이나 자신의 죽음은 어쩔 수 없다하지만 지금 동행하고 있는 아내들과 자식들까지 어두운 결말에 이를 것이다. 야곱이 이룬 일가와 업적 모두가 형 에서의 분노 앞에서 무너질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는 모든 식구들과 가축들을 먼저 강을 건너보내고 운명의 마지막 밤을 얍복 강가에서 홀로 지낸다. 이 불안과 고통의 시간은 오롯이 야곱의 몫이었다. 그리고는 거기서 하나님을 만나 승리할 수 없는 씨름을 한다. 이 씨름은 애초부터 야곱이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온 힘을 다해 돌진한다. 하나님과 몸을 부딪치며 씨름하는 장면은 화가들의 상상력과 표현 욕구를 자극했다. 여러 유명 화가들이 이 장면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표현했다. 그래서 멋지고 아름답고 우아한 작품이 많다. 

그에 비하면 오늘 이 그림은 무명 화가의 이발소 그림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사건의 본질을 충분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겨루기가 안 되는 씨름이지만 야곱은 온 힘을 다해 상대를 넘어트리려고 한다. 그는 나름대로 외삼촌 집에서 20년 동안 노동으로 잔뼈가 굵은 몸이다. 힘은 밀리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가 일반인일 때에만 적용된다. 상대가 하나님이라면 전혀 다른 모양이다. 

야곱은 오른손을 손가락끼리 맞잡고 온 힘을 다하는 반면 하나님은 야곱의 왼손 손목을 잡았다. 팔씨름 할 때 이런 자세는 한쪽이 월등하게 강할 때만 나온다. 어차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실제로 야곱은 이 씨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힘을 쓰는 척이 아니라 실제로 온 힘을 다해 집중한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덥수룩한 수염, 주름투성이 눈가와 잔뜩 찌푸린 이마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이를 드러내고 악을 쓰는 야곱은 오늘 밤 이 자리에서 자신의 운명을 건다. 

그것은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을 믿고 의지하면서 동행하는 온 가족의 운명이 걸려 있는 살벌한 투쟁이다. 그래서 힘겹다. 그렇다고 이 모든 상황을 가족들과 나누자니 그것도 기꺼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칠흑 같은 밤 혼자 감당한다. 맘 편히 보고 즐기는 것이었다면 온 가족 둘러앉아 감상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 야곱은 그저 혼자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다행히 야곱이야기는 얍복 강가에서의 씨름을 통해 해피엔딩으로 가닥을 잡는다. 이런 결말은 우리에게 위로와 소망을 준다.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렇게 하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는 더 아프고 서럽고 외롭다. 

한국 남자들이 조금 더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