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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0. 주보 그림>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시고 오는 다윗 왕, 십자군 성경, 13세기
다윗이 왕이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는 일이었다.
법궤는 하나님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현실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의 구체성을 담보하고 있는 거룩한 실체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법궤 위에는 하나님이 좌정하신다고 믿었다. 그리고 법궤 안에는 출애굽 후 모세가 시내 산에서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하는 십계명 판이 들어 있었다. 구약시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는 십계명을 통한 계약의 관계였고, 신약시대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은혜의 관계다. 구약에서 법궤는 하나님의 말씀을 간직하고 있는 신앙생활의 상징이었다. 그 법궤를 우여곡절 끝에 예루살렘으로 모시고 오는 길이다.
두 명이 어깨에 법궤를 메었고, 그 주변에는 악사들이 나팔을 높이 불면서 따라온다. 예루살렘 쪽에서도 역시 나팔과 다양한 악기들을 불고 치면서 법궤를 환영하고 있다. 사람들 얼굴마다 조금씩 붉은 기운이 있어 기대와 흥분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거룩하고 신나는 행렬에 빠질 수 없는 것은 풍성한 먹거리이기에 화면 아래에서는 양을 잡아 축제를 준비한다.
법궤를 운반하는 이들과 영접하는 이들의 한가운데에 다윗이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법궤를 맞아들인다. 그는 여기서 구경꾼이 아니라 이 역사적 현장의 주체였다. 그럼에도 다윗은 왕이라는 지위를 벗어버리고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면서 법궤를 온 몸과 마음으로 영접한다.
멀찍이 왕궁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사울의 딸이며 다윗의 아내인 미갈이 다윗 왕을 비웃는다, 체면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왕이 옷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른 채 춤추었다고 말이다. 다윗은 이런 세간의 눈초리와 비웃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 춤을 추면서도 미갈을 의식한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말씀과 찬양의 감격을 제어할 수 없었다. 이것이 다윗을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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