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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자우림, 영원한 사랑, 2021년 11집 앨범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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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1년 12월 26일 09시 47분 47초

<2021.12.19. 주보 그림>

자우림, 영원한 사랑, 2021년 11집 앨범 

몇 년 전 TV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이 ‘비긴어게인’이었다. 우리 가수들이 유럽을 여행하면서 길거리에서 버스 킹하는 프로그램이다. 유럽에서 세 번 하고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니 국내에서 한번 했는데,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중심으로 진행한 ‘비긴어게인2’를 집중해서 보았다. 참여한 가수들 중에서 박정현과 함께 자우림의 김윤아가 가장 두드러졌다. 김윤아는 카리스마 넘치는 도도한 자세로 ‘집으로 가는 길에, ‘야상곡,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불렀다. 그리고 남자가수와 함께 부른 ‘할렐루야’(원곡자 제프버클리)는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자 가수 혼자 불렀으면 그냥 평범했을 노래를 중간부터 김윤아가 개입하면서 전혀 다른 노래로 만들어버렸다. 대단한 가수다. 

11월 말, 우리 집 막내 생일이라 언니들이 선물도 사주고 특별히 자우림 콘서트를 예약하여 가족 모두가 관람했다. 난 처음으로 가수 콘서트를 직관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올림픽 홀도 처음 가보았다. 자우림은 김윤아와 남성 2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로서 1997년에 첫 앨범을 내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음악성이 뛰어난 밴드다. 이번에 11집 정규 앨범을 내고 기념으로 3일 동안 콘서트를 연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콘서트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라이브 음악의 힘을 느꼈고 그 와중에 영상·조명·음향을 교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직업병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데뷔 25년, 가장 젊은 멤버도 이미 40대 후반이 된 이들이 열한 번째 앨범을 통해서 이 시대에 말 걸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앨범의 제목을 ‘영원한 사랑’이라고 잡았다. 영원한 사랑, Endless Love, 마르지 않는 사랑… 이런 노래도 영화도 이미 많다. 말로만 들어도 달달하다, 제목만 보았을 때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콘서트 앞부분에 김윤아가 새 노래 몇 곡 하고 이번 앨범에 대해 설명하면서 앨범 제목을 ‘영원한 사랑’이라고 했지만 이 뜻은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머리가 순간적으로 아찔했었다. 그리고는 사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는 ‘죽음’이라고 했다. 이 시대에 죽음을 노래하는 대중가수가 있다니…, 멋있고 선정적인 아이돌이 온통 음악 판을 뒤흔드는 세상에서 우리가 만든 음악의 주제는 죽음이라고 담담하게 자신 있게 말하는 가수가 있다는 것,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이 누리는 작은 행복이다. 

타이틀 곡 Stay with me(right here right now)-내 곁에 있어줘(바로 여기 바로 지금), 이 노래야말로 현대인의 정신적 상황을 화살처럼 꿰뚫는 언어다. 1980년대 신학하면서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고 말한 언어 중의 하나가 이것이었다–Here and Now! 이제까지 기독교가 여기보다는 저 천국, 지금보다는 다음 생애에 초점을 두는 사이에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이 땅에는 인권이 유린되고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선량한 민주시민이 폭도요 빨갱이로 몰리면서 수없이 죽어나갔다. 사회와 역사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한국 기독교가 70년대부터 시작한 뼈아픈 참회를 상징하는 언어가 바로 ‘천국이 아니라 여기 이 땅 죽은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구호였다. 이것은 한동안 우리에게 정언명령 같은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어난 이 외침이 처음엔 작은 목소리였는데 어느 새 우리사회에서도 주류 사고방식이 되었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모든 삶의 초점을 지금-여기에 모으고 있다.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하늘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제 땅이야말로 인생과 역사의 실체라고 선언하면서 반대로 땅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하늘을 폐기해버렸다. 지금-여기의 현실이 모든 것이 되어버린 인생과 세계는 그래서 이전보다 과연 행복한가.

자우림 11집 ‘영원한 사랑’은 영원하지 않은 존재요 죽음이 관통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묻고 있다. 거기에는 진실함과 진지함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허무와 절망이 한겨울 저녁 어둠처럼 짙게 배어 있다, 애써 희망을 없애버린 시대에 들려주는 쓸쓸하고 서글픈 노래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