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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2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희생(1986년)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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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1월 09일 18시 39분 46초

 

<2022.1.2. 주보 그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희생(1986년)

20세기를 이끈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1932~1986, 러시아)는 그의 대표작 ‘안드레이 루블료프(1966년 작)’를 포함해 장편 영화 7편만 제작했다. 영화도 사회주의 도구로만 여기는 소련 당국의 비협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984년 서방으로 망명하여 1986년에 개봉한 ‘희생(Sacrifice)’을 유작으로 남기고 폐암으로 사망했다. 엊그제 우연히도 그가 소천한 12월 29일에 나는 그의 유작 ‘희생’을 보았다.

‘희생’으로 타르코프스키는 1986년 칸느영화제에서 4개 부문(그랑프리/국제비평가상/에큐메니칼심사위원상/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타로코프스키 영화를 졸지 않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헐리웃 영화에 길들여진 사람은 답답해서 못 본다. 그는 카메라를 멀리 놓고 영화를 찍기에(long take) 장면 전환이 늦다. 게다가 상영 시간도 2시간 반이나 된다. 그렇지만 2시간 반 동안의 긴 영화 어느 곳을 정지시켜 보아도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깊고 멋진 장면들이다.

주인공 알렉산더는 유명한 연극인이면서 철학‧종교‧미학을 연구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세상에 대한 그의 관점은 비관적이다. 인류 문명은 권력과 죄악 위에 세워졌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안락함뿐만 아니라 파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물질 중심의 현대 문명은 정신의 성숙함과 균형이 깨져 끔찍한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현대 인간은 육체적‧물질적 쾌락과 욕심을 탐닉한다. 어디를 보아도 인간이 참 인간답게 살고 인간다운 문명을 건설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결국 3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이 TV 뉴스로 전해졌다. 그는 파멸의 현실에 절망한다. 그럼에도 그는 구원을 갈구하며 한 가닥 희망의 끈은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도 믿음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면 반드시 구원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는 수술로 말을 못하는 어린 아들에게 이 점을 계속 가르치고 있다. 옛날 어느 수도원의 수도사가 산에 죽은 나무를 심고 3년 동안 물을 주었더니 어느 날 그 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났다는 전설을 들려주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알렉산더는 자신의 집을 불사르고 본인은 정신병원으로 끌려감으로써 자신의 물질과 정신을 희생한다. 이제 아무도 없는 땅에서 어린 아들(고센)은 아버지와 함께 심은 죽은 나무 아래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서 이렇게 읊조린다 ;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데…, 아빠 그게 무슨 뜻이지요?

독실한 정교회 신자였던 타르코프스키는 영화 ‘희생’을 통해 이미 희망이 말라 비틀어 죽어버린 시대에도 우리가 믿음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생명과 구원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 마치는 자막에서 뒤늦게 혼자 서방세계로 망명하느라 소련에 남아 있게 된 아들 안드류슈카를 기억했다. 그래서 ‘희생’은 타로코프스키의 절망적 고독과 처절한 그리움 속에서 피어낸 희망의 꽃이다.

그래, 새해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