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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6. 주보 그림> 루카 시뇨렐리, 적그리스도의 행적(부분), 1500년 쯤, 이탈리아 오르비에또 대성당 르네상스를 전성기로 인도하는 시뇨렐리는 이탈리아 오르비에또 대성당에 종말 연작을 프레스코화로 그렸다. 이 그림은 마지막 심판 직전에 이른 세상의 풍경화라고 할까. 가장 두려워해야 할 종말의 풍경은 적그리스도(Anti-Christ)의 출현이다. 중요한 것은 적그리스도는 그리스도와 똑같은 모습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교회가 전통적으로 이웃종교보다도 사이비 이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리스도가 그리하셨듯이 적그리스도도 제자들을 이끌고 오래 병상에 누워 고통당하던 환자를 일으켜 세운다.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놀라운 기적을 행한다. 환자를 향해 권위 있게 오른손을 들어 소리치는 모습 또한 그리스도와 흡사하다. 적그리스도 바로 뒤에서 탁발승 복장으로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이는 15세기피렌체의 급진적 개혁가로 활동하다가 화형당한 산마르코수도원 부원장 기를라모 사보나롤라다. 그는 말씀 중심으로 신앙의 바른 길을 찾으려 한다. 왼쪽 아래 몰려있는 군중 가운데 어느 노인이 젊은 여인에게 지갑을 열어 돈을 건네고 있다. 돈을 받는 여인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하다. 그녀는 몸 파는 여성이다. 말세에는 성적 타락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경고다. 오른쪽 아래의 사람들은 웅성대며 헷갈려한다. 그리스도가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똑똑하고 지체 높은 귀공자 청년도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적그리스도 발 앞에는 사람들이 갖다놓은 온갖 금화와 귀금속들이 쌓여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이는 혼자가 아니라 악마가 그 옆에 바짝 붙어 조종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귀에다 입을 대고 한 마디 한 마디 말해주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외투를 헤집고 나온 악마의 왼팔은 그리스도의 오른 팔과 아주 자연스럽게 짝을 이루고 있다. 이미 악마와 완벽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눈동자는 악마 쪽을 향해 돌아가 있다. 악마의 속삭임을 건성으로 듣거나 참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쪽으로 경도되어 있다. 이것이 적그리스도의 실체다. 겉모양은 그리스도와 너무나 비슷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님의 반대편에 있는 악마의 조종을 받는 존재, 그가 적그리스도다. 차라기 교회가 아니라면, 차라리 목사가 아니라면, 차라리 신실한 교인이 아니라면…. 그러나 불행하게도 악마는 바로 이 줄을 타고 우리들에게 침투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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