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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3 루트2의 값을 구하기 위한 수학자의 계산 공책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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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3월 13일 16시 15분 41초

<2022.3.13. 주보 그림>


20대 대선 개표 방송에 대한 환호-불안-기대-절망의 부침은 새벽 3시쯤에서야 끝났다. 그리고 다음날은 다른 세상이었다. 맥이 빠지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이 몰려왔다. 답답함과 탄식으로 하루를 보내다가 아내와 함께 영화나 보러갔다. 원래는 개봉일인 선거 날에 가려했으나 심방이 두 곳 잡혀 있어서 미뤘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에 12세부터 볼 수 있으니 자극적인 장면을 최대한 자제하려 애쓴 것 같다. 영화가 너무 극적이면 볼 때는 좋으나 극장을 나서는 순간 현실과는 별개가 되어 버리기에 밋밋하지만 현실적인 영화가 좋은 점도 있다.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빈부격차·탈북자 등 중요한 요소들을 소재로 삼았지만 깊이 파고들거나 문제를 해결 짓지는 않고 있다. 다보고 나서도 뭔가 시원하지는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몇 가지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첫 주제는 결과보다 과정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다. 이를 위해 오직 답만을 요구하는 사회, 문제를 푸는 과정보다는 답을 맞혀야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구조에서 단지 수단으로 전락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


북한 최고의 수학자 출신 탈북자 이성학(최민식)은 자신이 경비로 일하고 있는 일류 자사고 학생 한지우(김동휘)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2(루트 2)의 값은 순환되지 않는 무한소수로 이어진다. 수학자들은 편의상 소수점 이하 65자리까지만 표기하고 이것을 루트 2의 근삿값으로 하는데 그것은 이렇다.

√2=1.41421356237309504880168872420969807856967187537694807317667973799…

답만 구하는데 익숙한 고등학생 지우에게 성학은 수학자들이 루트의 값을 구하기 위해 직접 복잡한 계산을 한 필기를 보여준다. 지우에게는 어이없는 일이다. 그냥 루트 2라고 하면 되지 무엇 하러 저렇게 복잡하게 계산해서 적느라고 에너지를 낭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성학은 대략 이런 말을 한다. 수학은 과정이다 왜 일부러 그렇게 계산하면서 고생을 하는가. 수학자는 숫자와 친해지고 씨름하고 싸우면서 수학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이 한 마디 때문에 영화의 어수룩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래서 기독교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어야 한다. 어떤 결과도 업적도 사랑의 과정이어야 본질에 이른다. 수학의 최종 목적은 문제의 답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학을 사랑하는 것이듯이, 기독교적 행위의 마지막 목적은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과정이 아름답지 못했다. 정책은 실종되고 후보자들 뿐 아니라 가족까지 소환되어 품격 없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최악을 막고자 노력했지만 그마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실현하려고 애쓴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왜 우리는 그렇게 치열하게 참여하고 부딪치는가. 과정의 정의를 통해  역사의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함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