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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12. 주보 그림>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년 6월, 64*80cm, 네덜란드 크뤨러 뮐러 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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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6월 11일 13시 41분 43초

<2022.6.12. 주보 그림>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년 6월, 64*80cm, 네덜란드 크뤨러 뮐러 미술관


자연을 사랑한 밀레(1814~1875)를 흠모했던 고흐는 화가 초기부터 밀레의 그림을 모사했다. 그는 특히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을 좋아하여 여러 번 그렸는데 이것은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밀레의 그림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고흐는 단지 모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새롭게 창조했다.


먼저 눈에 차오는 것은 찬란하게 노란 태양이다. 노랑과 하얀 노랑을 섞어 태양을 칠했다. 어느 책에선가 지는 해라고 했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떠오르는 해 같다. 석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맑고 밝다. 태양 빛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캔버스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태양은 온 세상에 위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림 아랫부분은 땅이다. 얼핏 보면 거두지 않은 배추가 다 풀어져서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고흐는 절친 베르나르에게 이 그림의 스케치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땅은 노란색에 보라색을 섞어 칠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대지가 어떤 색인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덧붙인다. 화면의 2/3를 차지하는 밭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거친 땅이다.


가운데는 길도 나 있다. 저기에는 씨가 떨어져도 사람들의 발에 밟혀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날, 농부가 씨를 열심히 뿌리고 있다. 밀레의 그림은 이와 비슷한 농부만 화면에 담았다. 공통점은 열심히 씨를 뿌리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과 양 손은 오랫동안 햇빛에 노출되어 벌겋게 달아올랐다. 땅은 거칠고 몸은 힘든데, 어깨에 둘러맨 씨앗 보자기에서 씨가 새지 않도록 왼손으로 잘 잡았고, 오른손은 힘차게 앞뒤로 흔들면서 열심히 씨를 뿌리고 있다. 길가에 떨어질 수도 있고 척박한 땅에 떨어진 씨가 싹을 틔우지 못할 가능성도 많지만 농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농부가 열심히 씨를 뿌리면서 지나온 뒤에는 까마귀들이 날면서 씨앗을 주어먹고 있다. 이 또한 호재는 아니다. 갖가지 어려움이 풍성한 소출을 가로막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열심히 씨를 뿌린다. 농부의 눈에는 어려운 현실보다 들판 가득하게 채워질 내일을 보기 때문이다. 숱한 고난이 있겠지만 내 할 일 최선을 다하면 화면 위의 누런 보리밭처럼 어느 순간 가득 채워질 것이다. 이 꿈을 보는 사람이 농부다.


130여 년 전 요즘 같은 6월, 프랑스 남부 아를의 뜨거운 태양 아래 황량한 들판에서 풍성한 결실을 내다보고 땀 흘리며 캔버스에 물감을 칠했을 고흐 – 그의 확신대로 아를의 들판은 어느 순간 황금물결이 넘실거렸겠지만, 자연과 인간과 예술을 향한 그의 뜨거운 붓질 또한 세월이 많이 지나도록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결실하고 있다.


그러니 씨 뿌리는 사람은 바로 고흐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