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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31. 주보 그림> 이상일, 자화상, 철제, 라드라비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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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8월 02일 10시 23분 12초

<2022.7.31. 주보 그림>


이상일, 자화상, 철제, 라드라비미술관


이달 초, 백암 샘물호스피스 병원 심방 다녀오는 길에 동행한 장로님의 인도로 이천 외곽 산속에다가 지난 5월 개관한 복합 문화공간 ‘라드라비’(L’art de la vie, 인생은 예술)를 들여다보았다. 특이하게도 주인이면서 작가인 이상일씨(66세)는 전문 예술인이 아니라 전직 미용사였다. 그는 1981년(25세) 프랑스 국립미용학교를 수료하고 이듬해 서울 명동에 당시로서는 신 개념의 미용실을 열어 이후 30년 간 강남에서 한국 미용계의 중심에 섰다. 미용뿐 아니라 미용실 건축과 홍보까지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화두를 던지고 시선을 끌어 모으면서 여성의 머리에서 삶의 사소함까지 세밀한 아름다움을 창조했다. 그리고 한창 절정에 이른 50대 중반인 2012년에 돌연 은퇴했다. 그 후 10년 동안 그는 야산에 파묻혀 그림과 작품을 만들었다. 그가 직접 만든 최대‧최고의 작품은 산속 1000여 평에 이르는 전시관과 식당‧카페 그리고 원빈 부부가 묵었다는 한옥 객실 등 ‘라드라비’ 자체였다.


그 때 개관기념으로 주인장의 작품을 특별 전시 중이었고, 우리는 그날 해설사가 휴무라 직접 작가의 안내를 따라 감상할 수 있었다. 전문 미술 수업을 하나도 받지 않은 작가의 그림은 그래서 구도나 비례 등 미술의 원칙에 위배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도 닦듯이 작품으로 실현해 내었다는 점, 그리고 전시관의 개념 자체가 자신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철학을 녹여 만들었고, 다양한 작품들 또한 자신의 인생과 직업을 통해 경험하고 깨달은 통찰을 하나하나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삶과 죽음에 관한 그의 사고와 그것을 설치 작품으로 만든 것은 대단한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작가의 자화상을 만났는데 다소곳이 서서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도 아름다웠다. 설명은 놓친 것도 많고 벌써 다 잊어버렸다. 재료로 쓴 철사와 철판들이 건축하고 남은 것이었는지 사람들이 버린 거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의 소신대로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호리호리하고 훤칠한 키의 작가가 프랑스의 멋으로 명동과 압구정동에서 1980년대부터 30년 동안 그 아름다움을 펼쳐냈으니 정말 그 삶의 몸통이 저랬을 것 같다.


부츠를 신은 화려한 재킷 복장에 안에는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를 입었다. 잘록한 허리에 벨트까지 두르고 다소곳한 자세로 가방을 앞으로 들었다. 중후한 중절모와 안경이 없었다면 여성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몸의 대부분을 표현하면서도 얼굴을 빈 공간으로 처리한 그의 미적 감각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빈 얼굴이 자화상을 더욱 세련되게 했다.


작가는 자기 삶을 단정하는 정체성을 들고 있는 가방으로 표현했다. 20대에서 50대까지 인생 가운데 토막이 이 가방에 담겨 있다. 가방 위 부분에는 가위와 빗 같은 것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냈다. 그는 역시 미용사였다. 그는 가방에, 자기 인생에 꽃을 꽂을 줄 아는 멋쟁이 미용사였다. 그렇게 작가는 자기 자신을 담담하게 정의했다.


내가 자화상을 그리거나 만든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형상화할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