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안내 예배 담임목사 회의와위원회 교회학교 선교기관 커뮤니티
 
 

 
Untitled Document
<2022.9.25. 주보 그림> 반 고흐, 낡은 구두, 38.1×45.3cm, 1886년, 암스테르담 주민교회 (juminch)
gd_1664169901983.jpg (380KB)
576
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9월 26일 14시 25분 31초

<2022.9.25. 주보 그림>


반 고흐, 낡은 구두, 38.1×45.3cm, 1886년, 암스테르담


구두는 화가들이 그리는 대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영웅·왕·성직자 같은 고위층만이 모델이 될 수 있었지만, 근대화는 미술의 대상에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와서 일반인과 물품까지도 모델이 될 수 있었다. 물론 고흐는 돈이 없어 모델을 살 수 없었기에 주변의 인물과 물건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흐는 지독히도 가난하여 동생 테오의 집에서 본 풍경을 그린 캔버스 위에 다시 이 구두를 그렸다. 캔버스·모델·화가 등 그의 삶 자체가 낡아버려서 보는 이의 가슴에 애처로움을 남긴다. 고흐는 이 낡은 작업화를 벼룩시장에서 사왔다. 그리고는 구두가 아주 더러워질 때까지 진흙길을 돌아다녔다. 그 후에야 이제 구두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낡은 작업화가 마치 군화 같아서 한국남자들에게는 익숙하다. 가죽은 힘을 잃어 늘어지기 시작한다. 끈도 아무렇게나 풀어져 있다. 구두 안이나 밖이나 꼬질꼬질하고, 그냥 보기만 해도 지저분한 냄새가 구두 안쪽으로부터 올라오는 것 같다.


게다가 어째 구두가 제짝이 아닌 것 같다. 둘 다 왼쪽 발 같기도 하고, 왼쪽 것은 짧고 폭이 두툼한 편이고 오른쪽 것은 폭이 길고 가늘다. 한쪽 신발이 크거나 작아서 신고 다니기에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탓할 정도로 삶이 여유롭지 못하다.


이 작업화의 수명은 거의 끝에 이르렀다. 곧 쓰레기장이나 길거리 아무데나 내던져질 것이다. 그 순간부터는 이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버림받는다, 죽는다. 아주 낡고 냄새나고 짝이 맞지 않지만 이 구두는 어느 누군가의 발을 보호하여 안전하게 일하게 했고, 아주 멀리까지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헌신했다. 소중한 가치다.


그럼에도 낡아지는 것은 소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럽다. 우리에게 낡아지지 않는 길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