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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0. 주보 그림>
신영복, 더불어 숲
얼마 전, 국회 국정 감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유는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선생을 가장 존경한다면 통일혁명당 사건(1968년)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을 따르는 것이니 김일성주의자가 분명하다고 망언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16년에 돌아가신 신영복선생이 다시 우리 사회에 회자되었다. 신영복선생은 박정희에 반대하여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20년 복역하고 석방되어 시대의 스승이 되었다. 수감 중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어 출판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신영복선생은 또 감옥에서 서체를 개발했는데 한문 서체의 필법을 한글에 사용하면서 서민적 정서를 입혔다고 한다. 신영복 체는 여러 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그의 글씨 ‘처음처럼’은 서민의 술 소주에 붙여져 있다. 그리고 지금도 신영복선생의 글씨와 가치를 배우고 전승하기 위한 모임이 있고 수강생도 모집한다.
그의 글 중 가장 잘 알려진 ‘더불어 숲’ -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 서 있다. 각각의 나무가 분명 독립되어 있는데, 가지와 무성한 잎들이 서로 이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집단 생명체 같다. 그 아래 작은 글씨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지금 이 순간의 존재를 이어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 나무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뿌리 채 뽑히기도 하고 가지가 부러져나가기도 한다. 겨울 눈보라가 닥치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어리고 연약한 나무일수록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때 나무 하나 하나가 연대하여 숲을 이루자는 제안은 생존의 지혜다. 내가 힘이 좀 모자라서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 기대어 같이 버텨주면 위기를 멋지게 극복할 수 있다. 혼자 서 있을 때보다 훨씬 따뜻하고 재미있고 평안하다.
약한 존재가 사라지면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정리된 것이 아니다. 내가 이루고 있는 공동체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그곳으로 바람이 들어와서 다른 이들을 넘어트릴 수 있다. 그렇게 빈자리가 많아질수록 자신 또한 든든함과 연대의 힘을 상실한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고 홀로 견뎌야 한다. 이것은 공멸의 길이다. 그러나 연약하고 부족한 이웃이라도 손잡고 어깨 걸고 서 있으면 위험을 감지해서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 때 숲은 나무 하나하나를 더한 힘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집단적 능력을 발휘한다. 더불어 숲은 위기가 엄습하는 불안한 인생과 시대를 돌파하는 지혜요 힘이다.
나무가 숲을 이룬 결과는 모두가 공유한다. 다같이 살아남는다. 결국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섬기는 것은 나의 안위와도 직결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운명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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