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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8. 주보 그림>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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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12월 19일 22시 03분 27초

<2022.12.18. 주보 그림>

요셉의 마음만큼 캄캄한 어둠 속에 만삭의 마리아가 앉아 있다. 머리에 하얀 너울을 쓰고 몸에는 청색 옷을 입어 고귀함을 나타냈지만 마리아는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부풀대로 부푼 배를 쓰다듬고 있다. 마리아보다 덩치가 훨씬 큰 요셉, 평생 목수로서 노동으로 굳건히 단련된 근육질의 이 남성이 어린아이처럼 마리아의 배를 만지며 얼굴을 갖다 대고 있다. 보통 첫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부부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 요셉의 얼굴은 기대와 설렘보다는 차마 눈뜨고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있다는 듯 눈을 감고 있다. 이렇게 느껴지는 아이가 내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 잉태한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는 이 거짓말 같은 현실 앞에서 그는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개월 사이의 일들이 질끈 감은 요셉의 눈앞으로 순식간에 펼쳐졌을 것이다. 

처음 마리아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믿을 수 없었고 믿기 싫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리치고 부정해도 나날이 불러오는 마리아의 배는 부인할 수가 없었다. 사랑을 뒤집으면 바로 증오가 된다. 사랑의 열정이 뜨거울수록 증오의 불길 또한 뜨겁기 마련이다. 요셉의 마리아 사랑이 클수록 마리아에 대한 증오도 컸을 터였다. 요셉은 얼마나 많은 날들을 목공소에서 고뇌하며 몸부림쳤을까. 얼마나 여러 번 사랑에서 전환한 증오를 마리아에게 투영하여 복수하고 싶었을까. 수도 없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을 요셉이 최종 선택한 길은 그냥 조용히 파혼하는 것이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므로, 약혼자에게 부끄러움을 주지 않으려고, 가만히 파혼하려 하였다. (19절/표준새번역)

아무 소리 없이 파혼하려 했다. 그것이 요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다. 소리 내지 않고 파혼하는 것은 마리아를 부끄럽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즘은 죽자 살자 사랑했던 이들도 헤어질 때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깊이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셉은 그 모든 배신감과 증오를 자신의 가슴에 묻고 조용히 파혼하려 했다. 마태복음은 이런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의로운 사람-정의로운 사람? 불의를 배격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란 뜻이 아니라, 여기서 의로운 사람이란 요셉이 마리아를 진짜로 사랑한 사람이란 뜻으로 읽힌다. 그토록 믿고 사랑했던 여인이 다른 이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현실에 너무나도 분노하지만 그럼에도 차마 그 여인을 파괴하지 못하는 요셉의 사랑, 마리아를 사랑하되 정말로 사랑한 사람 요셉, 그는 정말 메시아의 아버지 될 자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