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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 주보 그림> 밀레(1814~1875년), 첫 걸음마, 1858년쯤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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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3년 01월 04일 11시 05분 23초

<2023.1.1. 주보 그림>


밀레(1814~1875년), 첫 걸음마, 1858년쯤


농민을 사랑한 화가 밀레, 당시 동료 화가들이 농촌의 풍경을 화폭에 담을 때, 밀레는 주로 농민의 생활에 눈길을 집중했다. 19세기 전반기 유럽 대륙은 산업혁명이 들불처럼 번져가면서 공장‧도시‧임노동이 대세로 자리 잡던 시기였다. 이 모두는 전통적인 농촌의 붕괴로 이어졌다. 밀레의 관심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의 농촌이 아니라, 도시와 공장 때문에 더욱 피폐해가는 농촌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놓여 있었다. 현대적으로 말하면 지식정보‧인공지능 사회의 발달로 직장에서 해고되는 많은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렸다고 볼 수도 있다. 세상은 잔인하고 기계는 차갑지만 그 속에서 해체되어 가는 농촌 사람들의 성실한 노동과 고통을 따뜻한 인간미로 그려냈다.


평범한 농촌의 예쁜 장면이다. 이른 봄일지 늦은 가을일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나무 담장 안에서 한 가정의 흐뭇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땅을 파던 농부에게 부인이 아기를 데리고 왔다. 맨발에 슬리퍼 같은 신발을 대충 신은 농부는 무릎을 굽히고 양 팔을 벌렸다. 오른발 앞꿈치에 힘을 모으고 앉은 몸을 조금 앞으로 구부렸다. 직전까지 노동으로 손마디가 굵은 농부가 활짝 팔을 열어 맞이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일하는 아빠에게 온 아기는 엄마의 앞발 위에 자기 발을 얹고는 첫 걸음마를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은 두려운 순간이다. 가축인 소나 말 그리고 대초원의 초식동물들은 낳자마자 걷고 뛴다. 열 달 동안 엄마 뱃속에 다리를 웅크리고 있었으니 낳는 순간 바로 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태어나자마자 맹수의 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이 초식동물들은 맹수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낳자마자 일어서고 걷고 달리는 쪽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편‧불안‧불완전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불안함이 인간의 첫걸음에도 드러난다.


아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날씨 탓이기도 하겠지만 긴장으로 아기의 볼이 발갛게 변해 있다. 그럼에도 아기는 결국 걸음마를 내디딜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사랑하는 아빠가 그 넓은 품을 열고 팔을 뻗어 혹시라도 넘어지면 붙들어주려고 잔뜩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첫걸음마지만 부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빠와 엄마와 아기 사이에 흐르는 따뜻하고 강력한 사랑이야말로 시대적으로 어려운 삶을 이겨나가는 농부 가정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요 전략이다.


첫걸음마를 소재로 밀레는 1858년에 유명한 파스텔화를 그렸고, 30여년 후인 1890년에 밀레를 사랑한 고흐는 밀레의 그림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해냈다.


2023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교회 외벽에 이 그림을 내걸었다. 새해에는 정말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