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안내 예배 담임목사 회의와위원회 교회학교 선교기관 커뮤니티
 
 

 
Untitled Document
<2023.8.20. 주보 그림> 야콥 슈타인하트, 요나서(목판화), 15.5*18.2cm, 1924년, 예루살렘 이스라엘 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gd_f26865_1692526859487.jpg (360KB)
578
파일 올린 시간 : 2023년 08월 20일 19시 21분 05초

<2023.8.20. 주보 그림>


야콥 슈타인하트, 요나서(목판화), 15.5*18.2cm, 1924년, 예루살렘 이스라엘 미술관


성경에서 가장 격정의 사람 중 하나는 요나다. 우리는 요나를 먼저 큰 물고기와 연결하기 좋아하지만, 요나서 맨 끝을 기록하고 있는 요나와 박넝쿨 이야기도 매우 중요하다.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이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여 결국 커다란 재앙을 받는 장면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성이 잘 보이는 동쪽에 초막을 짓고 앉았다. 마침 하나님께서 박넝쿨을 주셔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 빛을 가릴 수 있었다. 박넝쿨 그늘이 에어컨처럼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 해도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요나에게는 소중한 가림막이었기에 요나는 크게 기뻐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다음날 새벽에 벌레가 박넝쿨을 다 갉아먹어 버렸다. 그늘을 주던 넝쿨은 앙상하게 변하여 시들어 죽어가고 있고, 넝쿨을 갉아 먹은 벌레는 의기양양하기만 하다. 아침 해가 뜬다. 성 동쪽에 자리 잡은 요나는 일찍부터 직접 태양을 견뎌야 했다. 그늘도 없는데 때마침 건조하고 뜨거운 동풍까지 불어온다. 숨이 막혀온다. 그래서 요나는 하나님께 실제로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항변한다. 아예 돌아서 누워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아버렸다.


어이없으신 하나님께서 요나를 꾸짖으신다. ‘네가 이 박넝쿨때문에 그렇게 성내는 것이 옳으냐?’ 요나는 잔뜩 볼멘 소리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큰 소리로 대들고 더 나아가 자기가 죽어도 옳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요나의 격정이 보이는 듯 하다. 요나의 영혼에 가득 채워져 있는 불평과 짜증이 제대로 실려 있다. 도대체 그 박넝쿨 그늘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를 치나.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요나가 박넝쿨 없어진 것때문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소리 지르는 것이 감정의 폭발이요 격정의 토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동 지방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불면 정말 숨이 막힐 것이다. 이때 머리하나 들이밀 수 있는 그늘조차 없이 성급하게 달구어지는 태양에 그대로 노출된다면 어쩌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여기서 그늘은 없으면 아쉬운 정도의 존재가 아니라 뙤약볕 아래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치다.


무지하게 더운 올해 여름 어느 날, 내리꽂는 한낮의 태양 아래 단 10분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나를 보면서, 그 옛날 요나의 항변이 지나친 격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