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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18. 주보 그림> 수르바란, 명상 중인 성 프란시스, 152*99cm, 1639년 쯤, 영국국립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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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4년 02월 18일 20시 31분 26초

<2024.2.18. 주보 그림>


수르바란, 명상 중인 성 프란시스, 152*99cm, 1639년 쯤, 영국국립미술관


기독교 역사상 가장 예수님을 따라 산 신앙인 중 하나인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를 17세기 스페인 화가가 그렸습니다. 왼쪽에서 들어온 빛은 프란시스의 오른팔과 손에 닿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주님의 제자가 홀로 무릎 꿇고 있습니다. 제목은 명상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는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다듬지 않은 수염에 조금 벌린 입을 통해 찬양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그의 눈은 온전히 위를 향하여 있습니다.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길입니다.


주님을 향한 간절함은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도 이어집니다. 하나님의 눈길인 빛이 닿는 곳은 프란시스의 오른 팔뚝 옷입니다. 찢어지거나 터진 것이 아니라 하도 입어서 자연스럽게 닳고 해졌습니다. 이게 기독교인이 사는 법입니다. 가난을 사는 사람이 주님의 제자입니다.


그는 가슴에 해골을 꼭 끌어안고 있습니다. 자신은 언제든지 죽음에 열려있으며 죽임을 각오하는 순교자의 삶임을 보여줍니다.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결기는 꽉 쥐고 있는 손가락 사이에서도 드러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길을 따르겠다는 다부진 결의입니다.


성 프란시스는 13세기에 프란시스 수도회를 창설하고 갈색 옷과 세 개의 매듭이 있는 밧줄 띠를 상징으로 선택합니다. 화려하지 않은 색깔 그리고 가난·순결·순종의 서약을 담고 있습니다. 온몸에 오직 주님만을 따르겠다는 절절한 결의와 헌신을 묻고 프란시스는 무릎 꿇어 자신의 간구를 주님 앞에 드립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바로 이 지점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주님의 제자가 가져야 할 따름의 자세를 회복하는 것만이 무너지는 교회를 다시 추스를 수 있습니다.


2019년 로마에 갔을 때, 기차 타고 프란시스의 삶이 묻어 있는 아시시에 들렀습니다. 탁 트인 시야를 지닌 언덕 위에서 기독교 영성의 고향은 그토록 주님을 따르고자 했던 진솔한 신앙인의 삶과 함께 고고하게 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