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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간증 윤보경집사(에스더회) 그날 밤. 5시간 동안의 폭우 8월 8일.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빗줄기가 굵어지고 속도가 빨라지더니 밤 10시, 11시를 넘기도록 한숨도 쉬지 않고 폭포수가 쏟아지듯 무섭게 퍼부었습니다. 곧 창문으로 집안까지 뚫고 들어올 듯한 기세의 빗소리에 두렵고 떨려 중얼중얼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아, 어떡해. 어떡해. 비가 너무 많이 와. 무서워.” 집안을 서성이다 계속되는 빗소리에 불안해서 불도 끄지 않고 잠깐 누웠다가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에 깜짝 놀라 깬 순간, 빛이 번쩍하더니 갑자기 정전되었고, 옆집에 사는 부녀회장님이 마당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빨리 나와! 집에서 빨리 나와!” 어둠 속에서 허둥지둥 옷만 챙겨 입고 남편은 황급히 랜턴을 찾아 산이를 데리고 급하게 집 밖으로 나왔는데 마당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마을 전체가 캄캄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가스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서둘러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 위해 옆집 울타리를 넘어 큰 길가로 나왔습니다. 이웃이란 우리 집 오른편 옆집 지붕 위로 떨어진 전봇대가 검은 하늘에 어슴푸레 보였을 때, ‘어머, 00이네 가족들은 어쩌지?’ 전화를 여러 번 했지만 먹통이자 걱정은 더해갔습니다. 랜턴을 들고나온 이웃 몇 분이 뒷골목으로 달려가 2층 창문쪽을 향해 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럿이 큰 소리로 “누구 있어요?” 하고 부르자 잠시 후 창문 쪽으로 작은 불빛이 새어 나오며 사람 그림자가 보이고 “119 좀 불러주세요.”하는 00이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제야 “아, 살아있구나.” 하고 안도했습니다. 그때가 9일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밤을 보내기 위해 산이 아빠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휴대용 매트와 이불을 가지고 나와 마을회관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아침 6시. 집 쪽으로 가보니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보이지 않던 주변의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토사물이 우리 집 마당 코앞까지 들어차 있고 차 2대가 토사에 박혀 있고 옆집 울타리고 철대문이고 다 부서지고 주차장에 있던 수십 대의 자동차가 여기저기 떠내려가 찌그러지고 담벼락을 뚫고 다른 집 마당으로 떠밀려 들어가거나 토사로 꽉 차 쑥대밭이 된 마을의 참혹한 광경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뒷골목에는 산사태로 밀려 내려온 토사와 거대한 바위, 커다란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흘러와 켜켜이 쌓여 길을 가로막고 있어 요한이네 가족이 살고 있는 산성빌라 쪽은 아예 잘 보이지도 않고 오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요한이네 가족이 마침 여행을 떠나서 집에 없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 하나님이 살리셨구나. 이 험한 곳에서 온 가족을 옮기셨구나.’ 생각하니 아찔해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것은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묵상 제가 이번에 겪은 일을 돌이켜보다가 창세기 노아시대 부분과 전도서를 묵상하면서 느꼈던 점을 나누고자 합니다. 산사태로 정전된 후 겨우 몸만 빠져나와 집을 등지고 어둠 속에 섰을 때, 사람의 목숨 외에 ‘우리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물로 덮으시면 그만이고, 주께서 멸하시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더 많이 갖지 못할까 봐 안달복달 염려하고, 과분한 것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애쓰며, 너무 많은 것을 끌어모으고 불리고 짊어지고 살고 있다는 것.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전도서의 말씀에 깊이 동감하였습니다. 두 번째 특별한 은혜는 요한이네 가족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나님이 요한이네 가족뿐 아니라 결국에는 우리 가족을 도우셨구나 생각했습니다. 검복리 마을에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는 것, 내 곁에 있는 이웃이 살아있음이 은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며칠동안 구호물품들을 정리하고 나누는 일을 함께 하면서 이웃과 서로 연락해서 도울 수 있음이 행복하다는 것, 좋은 이웃 미운 이웃 할 것 없이 소중하다는 것, 하나님께서 제2계명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왜 주셨는지 직접 체험한 저에게는 놀라운 은혜였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왜 지금 남한산성에 산사태가 일어났는가? 울진의 산불과 가뭄, 천사백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남긴 파키스탄의 홍수, 유럽 최악의 가뭄은 하나님의 어떤 싸인일까요? 전도서의 말씀처럼 우리는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과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사람도 없고 이런 재난은 또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불행한 때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치고 갑자기 덮치는 악한 때를 피하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하나님이 이번 재난에서 피하게 하신 까닭을 생각합니다. 2주 이상 밤낮으로 포크레인과 트럭이 연락부절 애쓴 결과 수해가 어느정도 복구가 되고 마을도 제 모습을 찾아갔습니다. 마을에 전에 없던 계곡이 생겼습니다. 하나님께서 원래 자연의 모습을 회복시키신 건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아침 햇살을 향해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눈이 부셔도 햇빛을 볼 수 있음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전도서의 마지막 말씀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여라. 그분이 주신 계명을 지켜라.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해야 할 의무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를 심판하신다.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모든 은밀한 일을 다 심판하신다.” 하나님의 은혜를 만나는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2022. 9. 18. 주민교회 성도 윤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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